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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세계]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류영재(시각디자인 01)
어린 시절 만화가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던 한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이 만화로 출발해 만화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도 잠시, 20대 중반을 지나며 그녀는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정의를 구현하는 판사, 결코 쉽지 않았던 그녀의 도전은 유쾌했고 아름다웠다. 세상을 디자인하는 정의로운 법관, 류영재를 만나보자.
Q. 대원외고를 졸업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디자인을 전공하게 되셨나요?
A. 보통 사람들이 외고에서 방황을 해서 미술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외고를 졸업하고 조형대에 간 게 예외가 아니라 외고에 간 것 자체가 더 예외에요. 제 꿈은 어린 시절부터 항상 만화가였어요. 외고에 간 건 만화가가 되기 위한 인문학적 소양을 쌓기 위한 시도였죠. 고등학교 시절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순수미술보다 디자인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Q. 학창시절 선배님의 모습이 더 궁금해지네요. 어떤 학생이었나요?
A. 지금 생각해 보면 전 튀는 학생이었어요. 확실히 주류는 아니었죠. 학점에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혼자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하기는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꼭 맞는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Q. 학창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일까요?
A.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부분의 학생들도 그렇겠지만 한 달 중 반은 학교에 살았던 것 같아요. 낮에는 수업 듣고, 밤에는 작업을 하면서 거의 합숙 수준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무척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행복했던 시간이었어요.
Q. 그럼 사법고시를 준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스스로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자신이 없었어요. 진로 고민을 심각하게 하던 중 사법고시에 도전해 보라는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어요. 고심 중에 한 번 해보자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2006년 1월에 신림동에 들어갔습니다.
Q. 전혀 다른 분야를 전공하셔서 고시를 준비할 때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A. 처음부터 어느 정도 핸디캡을 안고 시작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법학을 전공한 친구들에 비해 늦게 출발했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차이라고 믿었습니다.
Q.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에 비해 비교적 빨리 합격하신 비결이 있다면?
A. 먼저 저는 정말 재미있게 공부를 했어요. 법학 공부가 저에게 잘 맞는 것 같아요. 절박했던 상황 역시 합격의 원동력이었죠. 물론 다른 사람들도 절박했겠지만 전 제가 가장 절박하다는 심정으로 늘 공부했었죠. 마지막으로는 나름의 요령을 터득한 게 컸던 것 같아요. 방대한 양을 다 외우기보다는 원칙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저만의 노하우를 갖게 되었죠. 그 노하우를 다른 고시생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수기를 블로그에 올렸어요.
Q. 블로그에 올리신 수기가 고시생 사이에서 화제라고 하는데 수기를 올린 계기가 있나요?
A. 제가 공부했던 방법이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내 수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수기를 썼어요. 수기를 올리는 와중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 어려움보다 누군가가 구체적으로 내 도움을 받는 일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죠.
Q. 처음 고시를 준비하면서 이렇게 빨리 합격할 거라고 생각했나요?
A. ‘무조건 붙는다’라는 생각으로 공부했어요. 이런 생각을 해도 붙을까 말까인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절대 합격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단 한번도 떨어질 수 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Q. 사법연수원에서 사법연수원장상을 받으셨는데 비결이 있나요?
A. 사법연수원 시험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제가 노력했던 것보다 성적이 잘 나왔어요. 아무래도 공부를 즐겁고 재미있게 했던 게 가장 큰 비결이었죠.
Q. 법관을 지원하신 계기가 있나요?
A. 처음부터 판사가 목표였어요. 연수원 들어갈 때부터 고민 없이 결정했었죠. 판례를 만들어 가는 게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독특한 이력 때문에 늘 주목 받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나요?
A. 어떤 이유에서든지 주목받는 다는 것은 정말 부담스러워요. 전 결코 특별한 사람이 아닌데 많은 분들이 저를 그렇게 보세요. 반대로 비전공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능력에 의심을 받기도 하고요. 이런 것들이 저 스스로 더욱 열심히 살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런 꼬리표를 극복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어떤 법관이 되고 싶으신가요?
A. 세상에 절대적 진리라는 것은 없지만, 제가 하는 이 일이 정의를 실현하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어요. 저 혼자 세상을 변화시킬 순 없지만 그 일에 기여할 수 있는 판사가 되고 싶어요.
Q. 고시를 준비하는 국민*인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한다면?
A.‘무조건 붙는다!’라는 결심으로 공부하세요. 열심히 노력하시고 꿈을 향해 가세요.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공부하세요. 남들과 비교하며 좌절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믿고 과감하게 자신에게만 집중하세요.
Q. 선배님 인생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요?
A. 상투적이기는 하지만 진심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생을 살고 싶어요. 내가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나라는 존재가 공익에 이바지할 수 있었으면 해요.
Q. 모든 국민*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저는 국민대학교를 졸업한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도 늘 국민*인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세요. 여러분은 지금 실패해도 돌리기 쉬운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과감하게 도전하는 삶을 사세요. 남들과 비교하기 보다는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치열하게 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