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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국민인] 묘한 이끌림으로 한국에 유학 온 그녀, 양설영을 만나다.
다른 캠퍼스들보다 봄이 한 걸음 늦게 찾아오는 국민대학교의 정릉 캠퍼스에도 어느덧 꽃봉오리들이 봄을 알리며 하나둘씩 꽃망울을 톡톡 터트리고 있다.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봄 캠퍼스의 진정한 설렘은 이제 막 시작되는 듯하다. 마음을 녹이는 따스한 봄 날씨와 함께 이번에 온통이 이야기를 나눈 또 다른 국민인이 있다. 바로 꽃망울과 참 비슷한 점을 많이 가진 여대생 양설영이다. 이제 4학년, 곧 졸업을 앞두고 한국에서의 자신의 진로를 위해 그동안 준비해왔던 것들을 톡톡 터트릴 준비가 되어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언론정보학부에서 광고학을 전공하고 있는 양설영이라고 합니다. 제 영어 이름은 Lynn Yang인데 이걸 한국식 이름으로 바꾸면 양설영인데, 사실 제 부모님이나 친구들은 저를 ‘린’이라고 불러요! 저는 94년생 23살이고 말레이시아에서 왔어요. 원래는 말레이시아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국민대학교로 편입해서 지금은 4학년 1학기를 다니고 있습니다. 반가워요~
원래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으셨었나 봐요.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된 건가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우스운 얘기인 거 같은데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슈퍼주니어에 ‘sorry sorry’라는 곡을 정말 우연히 듣게 되었어요. 그때는 슈퍼주니어라는 가수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한국말도 아예 몰랐는데 그 노래 멜로디가 귀에 계속 맴도는 거에요. (웃음) (아, 요즘 ‘pick me’ 노래처럼요?) 네. 그냥 계속 노래 멜로디가 귀에 맴돌아서 그 노래에 대해서 찾아보다가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한국말도 정말 잘하시는데 그러면 한국어도 그때부터 배우신 건가요?
네, 그냥 그 노래를 듣고 나서 한국에 관심이 생기고 한국어가 너무 배우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먼저 독학부터 했어요. 한국 드라마나 k-pop을 많이 보고 들으면서 한국말을 계속 접하고, 책도 사서 쓰는 거, 읽는 거를 무작정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문법이나 이런 건 혼자 하기가 되게 어렵잖아요. 그래서 아버지를 설득해서 한국어 학원에 다닐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매주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하고 그게 쭉 이어져서 한국에 오기 전까지도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어 공부를 계속했어요.
말레이시아에서 대학을 다니실 때도 똑같은 전공이셨나요?
네, 제가 말레이시아에서 KDU UC를 다녔었는데 이 학교에서도 Mass Communication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KDC UC에서는 학교 강의가 좀 더 언론학 쪽으로 치우쳐져 있어서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저에게는 좀 아쉬운 점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1, 2학년 동안 광고학 위주로 해서 마케팅과 관련된 공부를 좀 더 깊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던 거 같아요.
마케팅이라는 분야의 어떤 점에 이끌려 유학을 오면서까지 진로를 설정하게 된 건가요?
마케팅에도 세부적으로 여러 분야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 많은 분야들 중에서도 PR이나 이벤트 쪽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말레이시아에 있었을 때 백화점에서 인턴도 했었는데 계속 그런 쪽으로 경험을 많이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거 같아요. 이벤트나 캠페인을 직접 실행하면서 얻는 보람과 재미 같은 것들이 매력적이에요. 그런데 말레이시아는 아직 한국보다 마케팅적인 그런 환경이 좀 덜 안정적인 느낌이라서 한국의 더 나은 마케팅 환경에서 새로운 것들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한국에 유학 올 때 학문적인 공부도 공부지만 새로운 환경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을 더 우선시했어요. 그리고 다행히 편입에 성공해서 국민대학교에서 그런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됐죠.
실제로 국민대에서 광고학을 전공해서 배워보니 어떤가요?
광고학을 더 깊게 배울 수 있으니까 좋아요. 그리고 특히 말레이시아에서는 제가 수업을 직접 고를 수 없고 수강 시간표가 저절로 짜여서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제가 수강해보고 싶은 과목들을 직접 신청해서 수강할 수 있으니까 훨씬 더 좋은 것 같아요. 특히, 기억에 남는 수업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특강’이라는 수업이었어요. 캠페인을 직접 구상하고 만들어보는 과제를 수행했었는데 한국 친구들과 팀플도 함께 하면서 설문지도 만들고, spss 분석도 해보고,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그만큼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성적도 잘 나오기도 했고요. (웃음)
혹시 김홍탁 씨라고 아시나요? 국민대 출신의 정말 유명한 광고인인데.
아! 마침 이번 학기 수업 시간에 김홍탁 씨가 했던 캠페인에 대해서 배웠어요. 그래서 그때 그분 이름을 처음 들어보긴 했지만 그분이 제작하신 캠페인들이 정말 인상 깊었었어 기억에 남아요. 던킨 도넛 캠페인이었는데 이거 외에도 김홍탁 씨가 제작하셨던 캠페인들이 다 엄청 신선하고 멋있더라고요. 광고계에서 그렇게 유명하신 분과 같은 학교라고 하니까 괜히 저도 뿌듯해지는 거 같아요. (웃음)
마케팅에 관심이 많으신 만큼 혹시 다른 대외활동을 하는 게 있으신가요?
북마연이라고 ‘북악 마케팅 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편입하자마자 바로 20기에 지원해서 그때부터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과제를 하면서 발표도 많이 하고, 마케팅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곳이에요. 북마연을 담당하시는 교수님도 계시고요. 그리고 취업하신 선배들이 특강도 많이 해주러 오셔서 유익한 정보들도 많이 얻을 수 있어요. 제가 북마연 활동을 하면서 경험뿐만 아니라 한국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재밌는 추억들도 많이 만들어서 지금도 북마연에 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동아리 활동은요?
북마연 말고도 사진 동아리인 ‘빛이랑’을 하고 있어요. 빛이랑도 한국 친구들도 사귀고 싶었고, 항상 사진을 배우고 싶어 했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자마자 들게 되었어요. 우리 학교 글로벌 센터에 가서 동아리 소개 책자를 받아서 찾아보다가 동아리방에 찾아가게 됐고요. 빛이랑에서도 정말 좋은 친구들, 선배들을 많이 만나서 참 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공강 있을 때마다 가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도 정말 좋은 점인 거 같아요.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그런 모임들을 찾아서 바로 들어가시는 걸 보니까 원래 성격이 정말 적극적이신가 봐요!
전혀 아니에요…! 저는 원래 성격이 진짜 내성적이고 낯도 심하게 가리고 해서 처음 보는 사람이 말을 거는 것도 되게 불편해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공부하러 온 순간 ‘내가 진짜 소심하게 행동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말레이시아에 있을 때는 부모님이 계시니까 이런저런 부탁들도 다 해달라고 하고 그랬는데 한국에서는 내가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거에 맞춰서 성격이 좀 바뀐 거 같아요. 그리고 정말 비용, 시간을 다 쓰면서 한국에 온 만큼 정말 열심히 해서 많은 걸 얻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원래 성격은 정말 소심해요. 사실. (웃음)
그런데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교가 국교라 캠퍼스 내에 다른 말레이시아 학생들을 보면 이슬람 복장을 많이 착용하고 있던데, 린은 그렇지 않네요?
저는 화교라서 그래요. 그러니까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인 거죠. 그리고 물론 말레이시아가 이슬람교가 국교이긴 하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어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실제로 한국에 와서 교회를 잘 못 나가게 됐지만(웃음) 저도 기독교인이고요.
사실 저도 린을 처음 봤을 때 외국인인 줄 몰랐어요. 한국에 와서는 문화적으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제가 한국으로 유학 오기 전에 한국으로 가족 여행도 몇 번이나 와봤었고, 한국의 분위기에 익숙한 게 있어서 힘들었던 건 하나도 없어요. 실제로 말레이시아랑 한국은 문화적으로 비슷한 점이 정말 많아서 아마 다른 말레이시아 학생들도 문화적 차이를 크게 느끼진 않을 거예요.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정말 우호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종종 들었는데 실제로도 그런가요?
한류 때문에 실제로 정말 많이 그래요. 한류가 한국 문화의 길을 터줬어요. 한국 드라마나 k-pop이 정말 인기가 크기 때문에 파빌리온 같은 말레이시아 현지에 대형 백화점에서 k-pop이 흘러나오기도 해요. 그리고 한국 로드숍 화장품들도 백화점에 입점해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카페베네, 뚜레쥬르, 교촌 같은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한국 음식 식당도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많이 찾아요. 한국을 정말 좋게 생각하는 그런 분위기가 말레이시아에 있어요.
린은 이제 한국 유학 생활에 완전히 정착했잖아요. 마지막으로 다른 말레이시아 학생들이나 유학생들에게 본인의 유학 생활 경험에서 나온 대한 조언을 준다면 뭐가 있을까요?
모국어를 쓰지 않는 나라에 와서 유학 생활을 한다는 게 사실 겁이 정말 많이 나거든요. 근데 일단 한국에 공부하러 왔으면 실수하는 걸 민망하거나 부끄럽지 않아 하는 게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절대 소심하게 하지 말고 한국 사람들이랑 정말 많이 어울리도록 여기저기 많이 찾아다니고, 모임이나 동아리 같은 곳에도 지원해서 한국말로 면접도 봐보세요. 그렇게 활동하다 보면 정말 한국어도 엄청 빨리 늘 수 있어요. 한국 사람들 대부분 진짜 다 친절하고 외국인들이라서 꺼리지 않으니까 불안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다가가세요! 그러면 좋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말레이시아 그녀의 본국에서는 수줍음 많고 부모님의 품 안에서 마냥 어리광만 피우던 막내딸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미래, 인생에서의 또 다른 경험을 위해 바다를 건너 한국 땅에 도착하자마자 과감하게 어리숙함을 던진 그녀다. 우리 학교 캠퍼스에 아직 터지지 않은 꽃봉오리들이 어떤 환하게 빛나는 꽃을 피워낼지 기다려지는 것처럼, 자신만의 꽃봉오리를 터트리기 위해 국민대학교에서 경험과 내공을 갈고닦아 온 그녀가 우리에게 과연 어떤 색과 어떤 모양의 꽃을 보여줄지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