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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나누는 기술 展>, 독립 큐레이터 김미교와 함께하다
아마도 큐레이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 묻는다면 박물관에서 예술품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큐레이터가 하는 일은 더 세밀하면서도 범위가 넓다.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전시 기획, 협업 조율, 리서치 등의 업무를 하는 김미교 동문(예술대학 미술학부 입체미술 06학번/ 대학원 미술학과 미술이론 전공 박사과정)을 만나보았다. 박사과정의 심도 있는 연구를 하는 동시에 현장 실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27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에서 진행된 <여행을 나누는 기술 展>의 현장에 가서 그녀의 얘기를 들어보자.
▲ 프로젝트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진행하고 있는 김미교 동문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국민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미술이론 전공으로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독립 큐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미교입니다. 미술관이나 기관에 소속된 큐레이터들과는 달리 제가 흥미 있는 분야에 중점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전시에 대한 더욱 다양한고 새로운 플랫폼을 연구하는 것에 흥미를 두고 있어요. 미디어파사드 공공미술 콘텐츠를 비롯해 여러 미디어아트 전시를 만들어 왔어요. 아트센터 나비와 뉴미디어아트연구회에서 다양한 분야로 확장된 시각예술을 연구했습니다.
Q.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다소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무슨 일을 하나요?
큐레이터는 작가와 관객 그리고 기관을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통역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예술가나 작가는 자기만의 언어를 사용하거든요. 그래서 이 분야에 직접 종사하지 않는 일반 대중들이 사용하는 언어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이번에 1월 31일까지 진행된 코타키나발루의 선물가게 <여행을 나누는 기술 展> 전시처럼 작가와 작가, 작가와 기술자 간의 협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소통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기도 해요.
▲ (左)<여행을 나누는 기술 展> 포스터, (上)기획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下)코타키나발루 관광청 방문
Q. 그렇다면 전시 기획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지나요?
<여행을 나누는 기술 展>에 전시 기획을 맡았는데, 이번에 한 일들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코아프로젝트(COA PROJECT)라고 해서 하나투어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기부금 사업으로 진행하는 ‘문화예술 희망여행’이에요. 지난 12월에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모여 다 함께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를 여행했어요. 보통의 경우 전시를 하고자 할 때 기획 의도에 맞는 기존의 작품을 모아오는 방식이라면, 이번에는 여행을 가서 전시 주제에 맞는 작업을 진행한 거죠.
일러스트레이터, 건축가, 엔지니어, 사진가, 영상감독 등 다양한 문화예술분야의 작가들이 기존에 제작한 작품이 아닌 협업을 통해 새롭게 공동 작품을 만들었어요. 코타키나발루 여행을 하면서 그곳의 매력을 즐기는 동시에 참여 작가들 간의 자연스런 협업이 이루어요. 누구나 흥미가 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여행이라는 소재가 있었기 때문에, 서로의 작업에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었어요. 더 나아가 자신의 작업과의 관련점을 찾아 공동의 작품을 제작할 수 있었던 거죠. 이런 기획을 시도하고, 작가들 간의 의견 조율을 담당한 후 전시회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는 역할이 큐레이터로서의 일이에요.
▲ <여행을 나누는 기술 展> 전시회장 전경과 작품의 배치
Q. 전시 기획에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접목한 점도 강조를 해주신 것 같아요.
단순히 전시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제작한 ‘여행기억상자:보르네오 반딧불 에디션’을 와디즈라는 기업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어요. 보르네오 나무 심기 등 공익적 메시지 또한 담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전시회 시스템과도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어요. 업체, 기관에서 후원을 받는 전시는 많이 있지만 관객이 직접 선호하는 작가, 프로젝트에 모금을 할 수 있다는 상징성이 있고, 실질적으로는 프로젝트 운영비, 상품 제작비에 보탬이 될 수 있어요. 기획자의 입장에서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크라우드 펀딩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번 코아프로젝트의 크라우드 펀딩은 2월 26일에 마감되니 한 번 보시고 마음에 든다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 큐레이터는 작가의 작품을 관객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전시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Q. 전시, 공연에 대한 관객의 참여를 위해 상당히 많은 부분에 관여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데, 전시 기획 업무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작가와 작가, 작가와 관객, 작가와 기관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기에 서로의 화법을 잘 이해할 수 있어야 돼요. 전문가 수준의 깊이 있는 지식까지는 필요하진 않지만 얕게나마 대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꾸준히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해요. 예를 들어 영어공부를 한다면 문법, 문학적 표현 등 학문적으로 접근할 수 있겠지만, 외국인과 대화하기 위해 회화에 초점을 두는 것에 비유하면 더욱 쉬울 것 같아요. 그리고 예술 분야의 개성이 넘치는 사람들과 일을 해야 하니 넓은 포용력으로 이해심을 발휘할 수 있는 성격도 중요하구요. 장르에 대한 개념의 경계, 즉 대중적인 관점, 예술 전문가의 관점, 본인의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이해시킬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사실 요즘도 굉장히 바쁜 편이에요(웃음). 대학원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독립 큐레이터 업무, 모바일 게임기획 활동도 같이 하고 있거든요. 그래도 지금처럼 깊이 있는 이론을 공부하는 동시에 문화예술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이번 프로젝트처럼 기존과 차별화되는 다양하고 새로운 전시회의 시스템을 개발하고 연구해서 연구결과물을 학회에 발표하고 싶어요. 공연, 전시회가 더욱 활성화되고, 깊이 있는 활동이 이루어지면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연구하는 것처럼 연구와 실무 모두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공부할 생각이에요.
공부만으로도 벅참에도 불구하고 각종 기획과 전시에 참여하며 소통에 관심을 갖는 김미교 동문을 만나보았다. 큐레이터란 멀리 떨어져 있는 점과 같은 주체 두 개를 이어주는 선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작가가 관객과 원활히 소통하고 그 의미를 전하는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하다. 특히 기존의 시스템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닌 새롭고 효율적인 소통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모습에서도 그 진정성이 느껴지는 듯하다.
‘여행기억상자:보르네오 반딧불 에디션’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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