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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새오, 국민대 길냥이에오.
국민대에 다녔던 학생이라면 누구든 캠퍼스에 있는 고양이를 본 적 있을 것이다. 온순하고 사람을 봐도 도망가지 않아 마치 재학생처럼 학교를 누비던 국민대 길냥이들. 하지만 알레르기, 공포증, 배변문제, 소음 등의 문제로 고양이들을 부담스러워 하던 사람들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법. 이러한 문제점에 해결책을 제안한 학생이 있다. 고양이를 위한, 동시에 국민*인을 위한 프로젝트 일명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가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활동을 하는 걸까? 그들의 얘기를 자세히 들어보자.
Q.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 프로젝트가 시작된 계기는?
경상대에 이번에 새끼 낳은 고양이들이 살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 쪽에서 고양이 추락사고가 있었어요. 경상대 건물 사이에 새끼고양이 두 마리가 낀 거죠. 한 마리는 무서워서 파이프 속으로 도망가다가 껴서 죽어버리고, 나머지 한 마리가 남은 상황이었는데 그 얘기가 국대전에 올라왔었어요. 그 곳에 사람이 들어갈 틈이 없어서 누구는 '119를 불러서 구출을 해야 한다.', '119는 동물 구출할 때 부르는 게 아니다.' 라는 식으로 의견이 분분했어요. 그래서 보다가 제가 고양이를 구출하기 위한 오픈 카톡방을 만들어서 함께 고양이를 구했었고, 그것을 기점으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었죠. 그 일이 11월 중순이었으니 사실 프로젝트를 진행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직접 제작한 인식표들. 왼쪽 위부터 경상댁, 금공이, 유자
Q. 프로젝트에서 어떤 일들을 하나요?
크게는 3가지 활동을 해요. 국민대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활동, 급식소 및 집을 지어주는 활동, 중성화 수술을 하는 활동을 주로 하죠. 집을 지어주는 것은 겨울에 스티로폼으로 집을 만들어줬는데, 미관상 안 좋다는 의견이 많아서 학교 미관에 어울리게 나무로 지은 집을 제작할 예정에 있어요. 학교에 고양이들을 폭행하는 등 안 좋은 행동을 하시는 등산객, 학우 분들이 종종 있어요. 그것을 막기 위해 '이 고양이는 우리가 돌보는 고양이다.' 라는 의미로 고양이 이름을 지어주고, 인식표를 만들어서 목에 채워주는 활동도 하고 있어요. 아픈 아이들은 병원에 가서 치료도 받게 해주고, 나아가서는 분양을 시켜주는 것까지 계획하고 있어요.
Q. 중성화수술(TNR)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는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가요?
가장 큰 이유는 고양이들 건강 때문이에요. 사람들과는 다르게 이 아이들은 발정기가 되면 반드시 짝짓기를 해야 하고 굉장히 아파하고 힘들어해요. 사람들이 많이 싫어하는 고양이 소리도 이 시기에 내곤 하죠. 발정기마다 고통스러운 것도 있지만 중성화수술을 안하면 고양이들이 사람으로 치면 성병 비슷한 것에 걸릴 확률이 높아요. 따라서 수명도 짧아지죠. 그리고 고양이들은 새끼를 1년에 약 12마리 정도 낳아요. 저희가 돌봐주기는 하지만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고양이들을 전부 돌봐주기는 힘든 이유도 있죠. 저희가 중성화수술을 시켜도 개체 수는 어떻게든 늘어나요. 그냥 그것을 조절해 주는 노력을 하는 것이죠. 결국 중성화수술은 소음, 개체 수 증가, 질병 문제 때문에 필수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이죠.
Q. 중성화수술이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은데요. 그 비용이 얼마나 되나요?
암컷은 20만원, 수컷은 10만 원대로 할 수 있어요. 저희가 후원금이 많이 있어도 한 마리당 몇 십만 원씩 들어가다 보니까 부담이 되었었는데, 저희와 같이 활동하는 30명 정도의 분들이 학생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학생, 학교 관계자들, 성북구 주민들도 계세요. 그리고 그 중에 고양이 보호협회에서 활동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이 협회랑 연결을 해주셔서 수술을 몇 만 원대의 아주 저렴한 금액으로 수술을 해주셨어요. 그런데 그 비용조차도 자기의 사비로 지불을 해주셔서 수술비는 후원금이 안 들어가는 대신 저희가 가지고 있는 후원금의 일정량을 고양이협회로 보내고 있어요. 그 분이 자기 자신에게 주는 것보다는 협회로 보내달라고 얘기를 하셨었거든요. 처음에는 학교 분들만 참여를 했었는데 이 프로젝트가 한겨례, 허핑턴포스트에 기재된 후부터는 주민분들이 많이 참여해주셔서 항상 큰 도움이 되어주고 계세요.
▲중성화를 한 고양이 '유자', 길고양이는 수술 시 중성화를 했다는 표시로 귀의 일부를 자른다.
Q.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필요한 금액은 어떤 식으로 후원을 받나요?
처음에는 북악관 1층에서 저희 고양이들의 얼굴을 새긴 배지와 음식을 판매하는 형식으로 후원금을 모집했습니다. 후원에 참여해주신 분들이 배지 속에 인쇄된 고양이들을 위해 돈이 쓰인다는 뿌듯함을 느끼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어요. 후원금액을 5천원 이하로 정해놓았음에도 몇 십만 원씩 기부해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이 행사로 40만 원 정도의 후원금이 모였었어요. 또한 국민대에 있는 고양이들의 이름을 짓는 이벤트를 진행 함으로써 그저 지나가는 길냥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친근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지금은 카카오 펀딩을 통해 후원금을 모으고 있어요.
Q. 카카오펀딩에 대해 더 말해주신다면?
카카오에 저희 국민대 선배가 계세요. 그분이 저희에게 연락을 해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이런 웹페이지의 도움이 없을 때에는 기껏해야 배지를 만들어 드리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그게 너무 죄송해서 후원판매 형식으로 진행을 하게 된 거죠. 배지는 모든 후원자분들에게 드리고 후원금에 따라 에코백, 머그컵, 마우스패드 등을 제작해 드려요. 또한 저희가 무조건적으로 우리를 후원해 달라는 것이 아닌 국민대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10부 기획 소설로 연재하여 다른 분들에게 상황을 세세하게 알려줌으로써 이 아이들이 어떻게 힘든지, 어떻게 도와주어야할 지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후원금 목표는 최저인 2백만 원으로 잡았지만 후원자분들이 후원을 많이 해주셔서 지금은 3배인 6백만 원이 넘은 상태에요.
<카카오 스토리펀딩 주소 :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2190>
Q. 현재 진행상황과 앞으로의 예정된 활동이 있다면?
이미 말씀 드렸듯이 위와 같은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고요. 지금 학교에 있는 고양이가 10마리~20마리 정도 되는데 중성화수술은 6마리 정도 진행한 상태에요. 또한 교수님 중 고양이를 굉장히 사랑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 분과 몇 번 미팅을 잡아서 집 업그레이드시키는 것도 준비를 하고 있고요. 저희가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체계가 잡히지 않아 굉장히 산발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활동하시는 분들이 서로 얼굴을 모르는 경우도 많거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저희가 학교를 떠난 후에도 고양이들을 계속 돌봐줄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년 학기부터는 준동아리로 시작해서 구역별 청소 및 급식당번 등을 정해서 자리를 잡아가려고 노력 중이에요. 또한 문제가 되고 있는 건물 내 배변 문제도 배변소를 설치함으로써 해결 할 예정에 있어요.
Q.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어려운 점이나 극복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처음에는 학부생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보니까 학교에서 뭐라고 했을 때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몰라 당황했었어요. 급식소 철거되었을 때도 그렇고 국대전 같은 곳에서 학우분들의 의견도 찬반으로 나뉘어 반대하시는 분들을 설득하기 위해 답글을 달아도 계속 그런 글들이 올라오니까 어떻게 해야 될지도 막막했었죠. 지금은 페이스북 ‘국민대 동물’ 페이지관리자 분도 저희와 활동을 같이 하게되어 저희의 후원금 통장 관리 내역, 활동 내역 들을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 페이지에 개재하고 있어요. 지금은 인원이 늘어나서 학교 관련한 일들은 대학원생 분들이나 학교 관계자 분들이 처리를 해주세요. 저는 현재로선 외부 분들과 함께 프로젝트 및 콜라보를 기획하는 것만 관리하고 있어 많이 편해졌죠.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는 사실은 왠만한 분들은 이제 다 아시지만 정확한 활동내용이나 의미를 아시는 분들은 많지 않아요.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지 않으면 알기 힘든 부분이 많기 때문인 것 같은데, 저희 스스로가 빨리 체계가 잡혀서 저희의 활동성과나 이유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고 공감을 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저희의 바람이에요.
<페이지주소 : https://www.facebook.com/kmucat>
Q. 고양이에 안 좋은 인식을 가진 국민*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교는 학생들이 살아가고,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저희만 살아가는 공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고양이들을 싫어하는 이유들이 알레르기가 있거나, 경비아저씨가 배변을 치우는 것이 힘들거나 소음 등의 문제인데 저희가 이런 부분들을 축소하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실례로 예전에는 기숙사 쓰레기봉투를 뜯는 일이 잦았었는데 급식소를 설치한 뒤로는 그런 일이 없어졌다고 들었어요. 저희 프로젝트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지켜봐주시고 저희 학교에 있는 고양이들을 모두 순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니 무서워하지 마시고 예쁘게 봐주셨으면 해요.
모든 게 얼어붙은 추운 겨울. 학생들은, 아니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을 하느라 바쁘다. 점점 살아가기 힘들어지고 겨울 추위 때문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 속에 가슴 속 따듯함마저 얼어붙는 요즘, 집 없고 배고픈 길거리 동물들을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건낸다는 소식과 귀여운 고양이들의 표정은 잠시나마 당신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줬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서로의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남아있지만, 공생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봐서 좀 더 따듯한 시선으로 그들의 노력을 응원해줘봄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