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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인 비리 방탄용 검수완박 야합 / 이호선(법학부) 교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편법적인 패스트 트랙에 태워 ‘쪼개기 국회’에서 강행 처리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의 완결판이다. 그때 함께 탄생한 것이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으면서도 수사 역량조차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였다. 과정과 결과가 같다. 다른 것이 있다면 생뚱맞게도 국민의힘이 동승했다는 것이다.
중재안을 내놓은 박병석 국회의장과 이를 수용한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벼랑 끝에서 극적 타결’ 같은 그럴싸한 수사를 동원하고 있지만, 성난 민심은 국민의힘에까지 옮겨붙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여야 정치인들의 선거법 위반 등 범죄의 방탄막으로 검수완박을 이용하려는 담합 행위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70여 년 넘게 한 국가의 범죄 적발과 수사 기능의 중추를 담당해 왔고, 헌법에 그 역할이 명시돼 있는 검찰의 권한을 완전히 박탈하려면 국민적 합의와 대안이 있어야 한다. 4년 임기로 뽑힌 국회의원들이 단발성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이번 여야 합의는 헌법에 반하고, 국민의 본질적 기본권 침해를 피할 수 없다. 정치 진영을 넘어 상식적인 많은 국민이 반대하는 이유다.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에는 검사의 신청에 따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는 헌법 제12조 제3항은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체포나 구속, 압수·수색은 강제 수사 착수의 전제이면서 인권 보호의 필요성도 수반하기에 영장을 신청하는 검사는 마땅히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경찰은 직접 사건을 다루고, 법원도 영장실질심사나 구속적부심을 통해 피의자를 대면할 기회를 갖는다. 하지만 검수완박이 되면 검사만 유일하게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볼 기회 없이 경찰이 넘겨주는 영장 신청서에 서명만 해서 법원에 전달하게 된다.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수사과정에서 준사법적 통제를 염두에 둔 것이기에 그 역할을 기계적인 ‘영장신청 배달원’으로 격하하는 것은 위헌이 아닐 수 없다.
검수완박의 위헌성은 헌법상 불기소처분권에 비춰보면 더 확실해 보인다. 수사의 최종 목표는 기소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기까지 실체 파악과 법리 적용에 있기 때문에 기소와 불기소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런데 헌법 제28조는 “형사피의자로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 처분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수사의 최종 목표에 도달했는지에 관한 판단 권한이 검찰에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 점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단계에서 수사를 종결하는 자체부터 위헌 소지가 크다.
불기소처분은 대개 혐의가 없거나,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하게 되기 때문에 이 판단을 위해서는 검찰의 수사 관여를 보장해야 한다. 경찰이 무시해도 그만인 ‘보완수사 요구’는 사실상 있으나 마나다. 검찰의 수사 개입을 원천 차단하려는 검수완박은 입법권의 한계를 넘어서는 조치라고 본다.
‘가평 계곡 살인’ 사건도 묻힐 뻔했던 진실을 검찰이 나서서 제대로 수사하면서 뒤늦게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됐던 고(故) 서울대생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경우도 민주당식 법안대로라면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경찰 발표로 묻혔을 것이다.
국가의 최소한 두 가지 기능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외침으로부터 막아주는 데 있다. 누가 봐도 지금 검수완박은 특정인들과 정치 집단을 위한 ‘방탄 입법’이다. 검수완박이라는 이름으로 시도하는 검찰 개혁은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이 아니고, 빈대들이 초가삼간을 태우고 있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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