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거스타 ‘아멘코너’ 페블비치 ‘파멸의 절벽’… 名코스에 ‘딱 맞춘’ 별칭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골프장의 다양한 ‘별칭’
‘아멘코너’ 어려운 코스지만
뜨거운 경기상황 묘사한 표현
재즈 ‘아멘코너 외침’서 따와
퀘일할로클럽 ‘그린마일’은
사형집행실 가는 초록색 복도
콜로니얼클럽의 ‘공포의 편자’
난코스 U자형 3~5번홀 지칭
얼마 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가 끝났다. 늘 그랬듯이 올해도 아멘코너에서 사실상 챔피언이 정해졌다. 캐머런 스미스(호주)가 2위로 선두 스코티 셰플러(미국)를 3타 차로 추격하던 중 아멘코너 두 번째 홀인 12번 홀(파3·155야드)에서 티샷이 그린 앞 개울에 빠지며 트리플 보기했고, 동시에 우승도 물 건너갔다. 아멘코너는 매년 마스터스가 개최되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의 제일 안쪽모퉁이에 있는 11번 홀(파4·520야드)부터 13번 홀(파5·510야드)까지의 연속 3홀을 일컫는 말이다. 보통 한국의 신문과 방송에서는 개울과 벙커로 둘러싸여 공략이 쉽지 않은 탓에 선수들의 입에서 절로 “아멘!” 하고 탄식이 터져 나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엉터리 설명이다. 아멘코너란 말은 1958년 미국의 한 스포츠전문지 기자였던 허버트 워런 윈드가 그해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있었던 극적인 사건을 기사로 작성하면서 처음 사용했다.
당시 골프계 최고 인기스타로 1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던 미국의 아널드 파머(1929∼2016)는 12번 홀에서 친 티샷이 그만 그린을 넘어 뒤쪽 둔덕에 박혀버렸다. 전날 밤새 내린 비로 골프코스 전체가 흠뻑 젖어있었기 때문이다. 경기위원회는 이 경우 무벌타 드롭을 허용하기로 로컬룰을 정했고, 파머는 물론 동반자도 당연히 무벌타 구제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경기위원은 공이 완전히 박힌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대로 경기를 속행시켰다.
그대로 플레이를 한 파머는 결국 더블보기를 기록했고, 판정이 부당하다고 느낀 파머는 다시 잠정구로 플레이하겠다고 선언하고 드롭한 뒤 공을 홀 가까이 붙여 파를 기록했다. 경기진행요원은 이 사실을 경기위원회에 조회했다. 만약 파머의 항의가 받아들여진다면 더블보기가 아닌 파로 스코어가 수정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전 홀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다음 홀에서 과감하게 이글을 노린 파머는 마침내 8피트(약 2.4m) 거리의 극적인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다시 선두로 나섰다. 당연히 대회장은 갤러리들의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경기위원회가 12번 홀의 상황을 무벌타 드롭으로 판정하면서 스코어는 파로 수정되었고, 파머는 이 판정과 13번 홀의 이글 덕분에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파머의 우승 기사를 작성하던 윈드는 평소 자신이 즐겨듣던 ‘아멘코너에서의 외침’이란 오래된 재즈곡의 제목을 떠올렸다. 아멘코너란 원래 흑인 교회에서 목사의 설교 내내 끊임없이 열광적으로 아멘을 외쳐대는 열성 신자들이 모인 연단 앞자리를 말한다. 한마디로 ‘왁자지껄 모퉁이’란 뜻이다. 따라서 아멘코너는 “아멘!” 소리가 날 만큼 어렵다고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 그 홀들에서 벌어진 당시 뜨거웠던 경기 상황을 묘사한 표현이다. 윈드는 미식축구의 ‘코핀코너’나 야구의 ‘핫코너’처럼 스포츠팬들에게 즐겨 사용되기를 기대하며 아멘코너란 이름을 붙였다고 하니 기대 이상의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밖에도 아멘코너처럼 대회보다 별칭으로 더 유명한 골프장들이 꽤 있다. 대표적으로 발스파챔피언십이 열리는 이니스브룩리조트 코퍼헤드골프코스의 ‘스네이크피트(뱀 구덩이)’, 혼다클래식이 열리는 PGA내셔널골프클럽의 ‘베어트랩(곰덫)’, 웰스파고챔피언십이 열리는 퀘일할로클럽의 ‘그린마일’, AT&T페블비치프로암이 열리는 페블비치골프링크스의 ‘클리프 오브 둠(파멸의 절벽)’, 찰스슈와브챌린지가 열리는 콜로니얼컨트리클럽의 ‘호러블 호스슈(공포의 편자)’ 등이 있다. 참고로 그린마일이란 사형수가 감방을 나와 사형집행실까지 가는 초록색 바닥이 깔린 복도를 가리키는 은어다. 호러블 호스슈는 콜로니얼 컨트리클럽에서 가장 어려운 3, 4, 5번 홀로 마치 말의 편자처럼 U자형으로 배열되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