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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60주년 기념 건축 강연회 : ANDRES PEREA, ARCHITECT

  • 작성일 06.04.13
  • 작성자 박정석
  • 조회수 26854

국민대학교 개교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한 줄기로서 건축대학은 한국의 현재성과 그 속에서의 건축의 잠재성이라 주제 아래 국내외 건축가를 초청, 건축 강연회를 마련하였다. 올해로 나이 60년을 맞이한 대한민국 건축 문화의 지형 속에서 한편으로 독특하며 또 한편으로는 보편적인 한국 현대건축의 현재성과 미래 잠재성을 동시대의 전지구적 관점에서 진단하고 논의하는 장을 올해로 60돌을 맞는 국민대학교의 교정에 마련하였다. 2006년 상반기 4회에 걸쳐 진행될 이 자리를 통해 오늘날 주목받는 국내 및 해외의 젊은 작가들의 잠재성을 발굴하고 동시에 한국 현대건축의 위상을 진단해 보는 기회를 가지고자 한다.

지난 3월 28일 하니 라시드(Hani Rashid)에 이어 두번째 마련한 이 자리에는 스페인 현대건축의 흐름을 이끄는 중견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으면서, 더우기 최근 우리나라에서 열린 다수의 국제설계공모에서 당선하여 국내에 그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리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 바 있는 안드레스 페레아(ANDRÉS PEREA)를 초청하였다.

1960년대 중반 마드리드 건축학교를 졸업하며 건축실무를 시작한 안드레스 페레아는 마드리드와 바로셀로나를 지역적 기반으로 스페인뿐만 아니라 로마와 런던과 같은 유럽, 시카고로부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이르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건축과 도시, 환경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과 지역적 특수성을 결합한 독특하고 새로운 건축적 실험을 왕성하게 지속하고 있는 건축가이다.

오늘 특강에서 안드레스 페레아는 스페인에서의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의 큰 명성을 자신에게 가져다 준 대규모 프로젝트들, 즉 작년 국제설계공모 수상작인 광주 아시아 문화전당 계획안과 서울 한강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계획안, 그리고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으로 현재 스페인과 한국을 오가며 진행중인 행정복합도시 계획안을 소개하고 계획안의 바탕이 된 도시와 환경에 대한 그의 보다 깊은 사고와 관점을 전달하는 기회를 가졌다.

예를 들어 그는 광주 아시아 문화의 전당을 설계하는데 있어서 광주가 가진 역사적 기억(memory)과 그 기억이 놓인 자리에서 그것을 씻어내고 화해시키는 상징적 공간이 지닌 제의적(ritual) 성격,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주변환경(environment) 모두를 건축의 주요한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도시 안에서 건축적으로 통합하여 시민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모든 활동, 즉 기억, 정체성, 문화 등이 소모되지 않고, 교환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장소로 과거 도청이 있던 자리에 위치하게 될 문화의 전당을 구상하였다고 한다. 그의 작품에서 이러한 개념은 단일한 매스와 기념비적 구조물, 그리고 거대한 실내 지연환경과 광장이 결합된 분화된 문화공간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는 장소가 가진 기억과 환경이 인간이 실제로 살아가는 도시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동시에 건축으로 구성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그의 독특한 관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꿈과 이상을 담는 의사소통(communication)의 장’이라는 개념을 소재로 계획된 한강 노들섬의 오페라하우스 계획안에서도 이러한 건축가의 관점은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그의 건축가로서 열정과 도시환경에 대한 실천적 관심이 장인의 경지로 불릴 수 있을 만큼의 잘 다듬어진 계획안으로 나타난 것은 바로 지난 몇년간 우리나라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던 행정복합도시 계획안이다. 그가 수상한 다른 건축설계공모와 마찬가지로 UIA(세계건축가연맹)에 공인된 국제설계공모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서 당선된 안드레스 페레아의 설계 개념은 ‘Multi-City :The Valley as Urban Utopia’이다. 그는 행정복합도시가 지향하는 도시의 이상, 즉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자족적이며 다양하고 조화로운 도시의 모델은 주어진 현실의 환경 속에 이미 내재해 있으며, 그것을 자연환경과 문화의 단위로 발견해 내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자연환경과 지형, 그리고 문화적 역량에 대한 탐구를 통해 그는 자연과 도시적 요소가 균형을 이룬 장소를 구축하였다. 기존의 도시계획과 달리 새로운 도시의 중심을 산과 하천, 그리고 농경지 등으로 남겨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고, 주변의 대지를 용도와 밀도, 높이 등의 다양한 변수로 복합적으로 구성한 25개의 소도시(valley)의 띠로 조합한 환상형 도시는, 도시화로 인한 기존 자연환경과 지역 구성원의 삶의 방식이 급격히 파괴되는 것을 막으면서도 동시에 용도와 밀도의 복합과 지역/광역 교통의 편의성을 증대시키고, 지역의 정체성을 보장하는 자족적이며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21세기 새로운 도시 모델의 하나가 될 것이다.

오늘 특강은 우리에게는 아직은 낯선 스페인 건축가의 작품을 통해 도시와 장소 그리고 건축을 바로보는 현대건축의 새로운 경향과 가능성을 목격하고, 그것이 우리나라의 영토안에서 실험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이 자리를 통해 외부인의 시선을 빌어 우리의 도시문화와 공간환경이 지닌 다양한 가능성과 잠재성을 다시금 획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6년 4월 10일(월) 오후 7시 국민대학교 학술회의장
주최 : 국민대학교 건축대학
원고 제공 : 권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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