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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발레 "이순신" -- 안무/문영(무용), 음악 지휘/김훈태(음악)교수
지난 1976년. 화니백화점 5층엔 토슈즈를 신은 무용수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들은 당시로선 이름도 생소한 발레리나들. 광주 최초의
시립예술단체인 광주시립무용단이었다. 변변한 연습실 하나 없이, 시민회관 남도예술회관을 떠돌며 열정하나로 무대에 올랐던 광주시립무용단이 올해로 꼭
30주년을 맞았다.
출발은 그렇게 궁색했지만 국내 3대 발레단으로 손꼽히며 무향 광주를 빛내온 무용단이 30주년을 기념하는 자축
무대를 풍성하게 마련한다. 첫번째 무대를 빛내는 작품은 창작 발레 '이순신'(9일 오후7시30분·10일 오후5시 광주문예회관
대극장).
이 작품은 명량해전의 격전지인 해남 우수영 지방에서 왜적을 교란시킬 목적의 의병술로 이용되었던 강강술래의 원무를
시립무용단 초대 단장인 박금자 광주예총회장이 안무를 맡아 발레화한 한국형 발레의 대표작이다. 지난 92년 광주문예회관 개관 1주년 기념무대에
'우수영의 원무'라는 제목으로 초연된 후 4년여동안 서울 부산 등에서 초청 공연, 호평을 받았다.
박회장의 제자이자 초연 당시 주역
무용수로 무대에 섰던 현 이영애 단장은 창단 30돌에 이 작품을 재구성, 창단 정신을 가다듬는 무대에 올려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2006년판으로 새롭게 구성된 '이순신'은 2막4장의 원작을 2막2장으로 압축, 명장 이순신의 드라마틱한 삶에 초점이
맞춰졌다.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한 용맹한 장군의 모습을 그려낸다.
무대는 원균의 모함으로 백의 종군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제1막 1장은 왜군의 침략에도 사리사욕과 당파싸움에 빠져있는 조정과 백성의 통곡이 교차한다. 회한과 오열, 나라의 장래를 구하기 위해
다시금 결단을 내리는 이순신의 모습이 솔로로 펼쳐진다.
2장은 이순신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진 해전 출전을 앞두고 백성들이 한마음으로
추는 '강강술래'. 28명의 무용수가 펼치는 군무가 화려하다.
2막1장 '노량진 해전의 승전보'는 가장 극적인 클라이맥스다. 무대
전체를 바다로 꾸며 장대한 규모의 해전을 연상시키는 스팩타클을 연출한다. 실제 거북선을 등장시켜 보여주는 왜군과의 접전인 해전무, 승리의 춤인
남성군무는 강강술래의 여성성과 대비돼 다이나믹하다.
마지막 2장 이순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슬픔의 강강술래가 무대를
장식한다.
백의 종군에서부터 전사할때까지 이순신 삶의 가장 극적인 부분을 보여주기 위해 총70명의 무용수가 웅장하고 박진감 넘치는
군무를 펼치는 등 장면마다 눈길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총연출을 맡은 이영애 단장은 "광주시립은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지젤' 등 고전 발레 뿐 아니라 춘향전, 심청, 이순신 등 한국적 소재를 창작발레화해온 선구자"라며 "우수영의 원무를 각색한 이순신에는 한복의
환상미, 손동작 같은 한국적 춤사위를 발레에 접목시켜 색다른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안무는 박금자 회장의 딸인
문영씨(국민대 교수)가, 음악은 김훈태씨(국민대 교수) 지휘로 광주시립교향악단이 맡는다. 관람료 5천~2만원. 문의 (062)522-8716,
510-9339
한편 이순신 공연 후에는 오는 7월7일 오후7시30분 광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고전발레의 명장면을 모은
'갈라콘서트'를 선보이며, 오는 10월13일 서울에서의 공연이 예정돼있다. 30주년 기념공연으로 마련된 서울공연의 무대는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 광주시립무용단의 또다른 창작발레 '서동요'를 공연할 예정이다. '서동요'는 11월10∼11일 광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다시 한번
공연된다.
또 12월15∼16일 광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송년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마지막으로 창단 30주년의 막을
내린다.
김소연기자 sykim@kjdaily.com